우주의 9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즉 다크 유니버스는 여전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분명 중력 등으로 존재는 추론되지만 실체를 직접 관측하거나 감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다크 유니버스를 직접 느끼거나 관찰할 수 없는 것일까
1.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감지 불가능한 물질과 에너지
인간의 모든 감각 기관은 물리적 상호작용에 기반한다. 우리가 보는 것도 빛의 반사이며 우리가 듣는 것도 공기의 압력 변화이며 만지는 것도 분자 간의 전자기적 반발력이다. 하지만 다크 유니버스에 속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거나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빛과의 비상호작용이다. 암흑 물질은 전자기파 즉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암흑 물질은 투명한 것조차 넘어서는 존재로 물리적인 접촉이 불가능하며 어떤 전자기파 스펙트럼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암흑 에너지는 더욱 미묘한 존재다. 그것은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으며 중력을 밀어내는 듯한 반중력의 성질을 지닌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우주의 가속 팽창을 감지하고 있을 뿐 그 실체를 입자로 감지하거나 파동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 암흑 에너지는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에너지 형태이며 그 존재가 제기된 것도 1990년대 후반 초신성의 거리 측정 결과에 의한 것이었다. 그만큼 다크 유니버스는 인간의 인지 체계가 의존하는 감지 수단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차원에 존재하는 셈이다.
이러한 특성은 과학자들에게 감지 장비의 한계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기존의 망원경과 센서는 빛이나 입자의 충돌 등 감각 가능한 상호작용에 기반한 도구다. 그러나 다크 유니버스는 그러한 도구를 무력화시키는 존재다. 우리가 그 존재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간접적인 효과를 통해서뿐이다. 중력의 영향이나 우주 구조의 배열 같은 거시적 현상 말이다. 이러한 관측 방식은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기 때문에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둘러싼 과학적 논의는 아직도 활발히 진행 중이며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2. 현대 물리학의 한계 속에서 설명되지 않는 존재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감지되지 않는 이유는 물리적인 성질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사용하는 물리학 자체의 틀에서 이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현대 물리학은 대부분 표준 모형이라는 입자 물리학의 이론 틀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 표준 모형은 전자 양성자 중성자 광자 중성미자와 같은 입자들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세 가지 기본 힘 즉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암흑 물질은 이 표준 모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입자군에도 속하지 않으며 그와 같은 기본 상호작용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물리학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곧 다크 유니버스를 설명하려면 표준 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초대칭 이론 끈 이론 수정 중력 이론 등 다양한 틀을 통해 암흑 물질의 후보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들은 아직 실험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암흑 에너지는 그보다도 더 신비로운 존재다. 어떤 이론도 그것을 수학적으로 완전히 기술하거나 입자로 구현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그것이 에너지인지 아니면 공간 자체의 성질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다크 유니버스를 감지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우리가 아직 우주를 보는 언어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물리학의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이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단지 감지 불가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 인식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크 유니버스는 물리학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시험대이자 한계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다. 우리가 이들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숨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우주를 보는 눈을 다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는 과학이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하고 갱신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감지의 가능성은 있는가 기술과 이론의 진화가 열어줄 미래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과학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온 역사였다. 전자기파의 존재조차 한때는 추측에 불과했으며 세포 내부의 구조도 현미경이 없던 시대에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기술로는 다크 유니버스를 직접 감지하는 것이 어렵지만 미래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암흑 물질을 탐지하려는 실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된 초민감 검출기에서 우주를 떠도는 미세한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기다리고 있으며 대형 입자 가속기에서는 암흑 물질 후보를 생성해내려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중력 렌즈 효과나 은하 충돌 관측을 통한 간접적인 추적도 활발하다. 이 모든 시도는 언젠가 암흑 물질과 실질적으로 접촉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기반하고 있다.
암흑 에너지의 경우 직접적인 감지는 더 어려울 수 있으나 우주의 가속 팽창 양상이나 초신성의 밝기 측정 같은 거시적 현상을 통해 그 정체를 좁혀가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새로운 이론물리학적 접근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중력이 우리 차원을 넘어 다른 차원으로 새어나간다는 다차원 우주 이론이나 진공 에너지 개념을 확장한 이론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암흑 에너지라는 현상을 설명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일부이며 향후 물리학을 넘어 철학적 사유까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감지 불가능성은 과학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우리가 그 존재를 모른다는 것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을 뿐이라는 의미이며 그것은 곧 발견의 가능성과 상상력의 영역을 넓혀주는 자극이 된다. 다크 유니버스를 감지하는 일은 단순한 과학적 성취를 넘어서 인간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질문은 언제나 과학을 전진시켜 왔고 그 끝에서 우리는 우주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이해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